방금 볶은 커피가 맛있다? (MBC 뉴스후의 삽질)

"갓 볶은 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가 제일 맛있습니다."

어젯밤 뉴스후 '커피 한 잔의 진실'에 등장한 '의문의' 커피전문가 허형만씨가 용감하게 하신 말씀이다. 예고편에서 공정무역을 들먹이며 한국 커피가격의 진실을 파헤친다기에 시청했으나 허씨의 이 한 마디에 과감하게 '해피투게더'로 채널을 옮겼다. 모든 음식은 숙성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밥은 뜸을 들여야 차지고, 소금 따위의 기본 양념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음식에 제대로 스며든다. 그런데 커피는 갓 볶은 게 맛있다니, 이건 대체 어느 나라 이론인가.

푸르딩딩한 생두를 적정 온도에서 볶아주면, 풀냄새가 사라지며 점차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원두의 종류 및 배합에 따라 로스팅 시간이 다소 다른데, 어쨌든 볶는 이가 원하는 시점에 가열을 중단하고 곧바로 원두를 식히면 된다. 하지만 로스팅을 마쳤다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커피향이 나진 않는다. 본래의 풀냄새만 사라졌을 뿐, 진한 커피냄새가 발산되기까진 짧게는 2일에서 3일이 소요된다. 허씨의 이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볶아진 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1년 유통기한'짜리 원두들은 죄다 '맛없고', '오래된' 제품이다. 그 분이 엉터리가 아니라면 이탈리아 원두를 사 먹는 전세계 사람들이 바보인 셈이다.

뉴스후에는 허씨 외에도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인정했다는 '정체불명'의 커피 전문가가 한 명 더 등장해, 원두 표면에 생긴 기름으로 원두의 신선도를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원두 표면에 기름이 생기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가 로스팅을 강하게 했을 경우이고, 둘째가 로스팅한 원두를 1주일 이상 용기에 보관했을 경우다. 원두를 몇 달 이상 장기보관하면 기름이 다 말라버리므로 원두 표면의 기름으로 커피의 신선도를 판단할 수 없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원두에서 기름이 묻어나면 마치 신선하지 않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는 건, 스스로의 전문성을 갉아먹는 꼴밖에 안 된다.

한국의 커피가 비싼 건 맞다. 커피문화가 커피 전문점 위주로 왜곡되어 있는 건 더 큰 문제. 하지만 비판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인터넷만 조금 조사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을 왜곡한다는 건 기자와 제작팀의 미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전문성이 의심되는 전문가를 내세우고 공정무역 커피 관련 화면 몇 개 갖다 붙여서 무슨 1시간짜리 시사프로그램을 만든단 말인가.

PS.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에 대해 개인적 호오가 분명히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때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용되는 원두의 향이나 신선도는 나름 괜찮은 수준이다. 표면에 껴 있는 기름으로 판단했을 때, 볶은지 3개월 이상 된, 못 먹을 원두는 아니란 말이다. 단, 봉지로 판매되는 원두는 매우 신선도가 떨어진다.

by almaviva | 2009/11/13 09:30 | Cafe | 트랙백(3) | 핑백(1) | 덧글(68)

미니스커트 퇴학에 반대하는 학생들 누드 시위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수업에 참석한 여학생을 징계한 것에 항의하며 브라질리아 대학(UnB) 학생들이 누드시위를 벌였다.
(관련 내용 :  http://almaviva.egloos.com/1567599)

150여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학생들은 반데이란찌 대학(Uniban)의 조치를 '표현 자유의 억압'으로 규정하며 속옷 바지만 입은 채 행진했다. 10여명의 학생들은 아예 옷을 다 벗고 참가했다고.

한국에선 '루저女'가, 그리고 브라질에선 '미니스커트女'가 입길에 바삐 오르는 듯.

by almaviva | 2009/11/12 09:08 | Mundo | 트랙백 | 덧글(0)

미니스커트 퇴학 여대생, 징계 철회 (브라질)

미니스커트를 입고 수업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퇴학 당한 브라질 여대생이 학교로 돌아오게 됐다. 당초 학교가 퇴학 근거로 내세웠던 것은 '학문적 위엄(dignidade acadêmica)'과 '윤리적 원칙(princípios éticos)'. 굉장히 난해한 단어들인데, 간단히 해석해 보면 '학교에서 꼴사납게 입고 다니지 말라'는 엄포다.

브라질 한 대학의 소동으로 끝났을 법했던 이 사건은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로 알려졌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야유 속에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학교 건물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녹화된 것이다. 

이렇게 국, 내외적으로 논란이 커지자 해당 대학은 여학생의 퇴학 조치를 철회했다. 변호사까지 선임하며 학교의 징계조치에 강력히 반발했던 해당 학생은 다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워낙 유명세를 치른 탓에 앞으로 정상적으로 캠퍼스를 활보하긴 힘들 것 같다.

'대학교 강의실에서 적절한 복장이 뭐냐'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미니스커트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다. (사건 당일 그녀가 입은 옷은 바로 위 사진 참조)


ps. 사실 브라질 뉴스 사이트에 처음 이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이렇게 한국에도 알려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클릭수에 목마른 일부 인터넷 뉴스 담당 기자들이 유투브에 나온 내용을 보도하자, 즉시 포털 사이트 1면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by almaviva | 2009/11/10 13:16 | Mundo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등산(登山) 유감

중년층의 등산 열기가 꽤나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이겠거니 했는데,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더욱 거세진 느낌이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주요 시작 지점 중 하나인 구기동의 경우, 주말만 되면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내버스(7022, 0212, 7730번)는 등산복을 차려입은 이들로 가득 차고, 등산로 입구엔 등산복과 간식류 따위를 파는 노점들이 들어선다. 워낙 사람이 몰리다 보니, 비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줄을 서서 가야 할 정도다. 이 정도면 운동이 아니라 '앞 사람 엉덩이 감상하기'가 아닌가 싶다.

등산은 여유로운 주말에 맑은 공기와 함께 심신을 단련하는 운동이다. 쉽고 건강에 좋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자신의 '체력단련'에만 몰두한 채,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 좀 집고 넘어가고자 한다.

1. 운동하고 술 마신 뒤, 버스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인간들
가히 형언하기 힘든 체취를 뿜으며 버스 안에서 '노가리'를 까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한, 둘이 아니다. 역겨운 냄새는 창문을 열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그 놈의 소음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가뭄에 콩 나듯 그들에게 항의하는 이들이 있는데, '싸가지 없는 젊은 놈' 취급 받기 일쑤다. 나이 든 '무개념'들을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2. 배낭에 꽂은 등산 지팡이 끝으로 다른 사람 찌르는 놈들
등산 지팡이는 사람 몸이 아니라 땅바닥을 찍으라고 만든 거다. 배낭 옆에 등산 지팡이를 대충 매단 탓에, 날카롭게 튀어나온 지팡이 끄트머리로 옆 사람을 찌르는 등산인들이 많다. 특히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 안에서 등산 지팡이로 주변 사람을 '쭉~' 긋고 지나가는 인간들이 있는데, 다른 말 필요 없다. 니들도 똑같이 당해봐라.

3.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버스나 지하철에 오르는 이들
비 오는 날, 남이 등산을 하든 조깅을 하든 알 바 아니다. 그런데 비닐이나 고어텍스로 된 우비를 입은 채, 대중교통에 탑승하는 인간들이 있다. 타는 것까진 좋다. 탔으면 물 범벅인 우비를 벗어야 정상인데, 그들은 절대 벗지 않는다. 마치 돌기둥마냥 물을 뚝뚝 흘리며 그 자리를 지킨다. 버스에 타는 사람, 내리는 사람 모두의 몸에 자신의 습기를 나누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남'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걸까.

4. 술 먹고 자정이 되도록 국립공원 근처에서 떠드는 군상들
등산을 마치고 남이 술을 마시든 우유를 마시든 역시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왜, 그것도 일요일 밤에 조용한 구기동 근처에서 등산복을 입고 고성을 지르는 지는 참으로 알 수 없다. 남에게 피해라도 안 주면 그나마 좋을 텐데.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과 아무 인연도 없는 구기동 주민을 세트로 불편하게 하다니. 참 그 능력 대단하시다.

개인적인 기억에 한 10여년 전만 해도 이러진 않았다. 그 때도 등산객이 많았지만 이렇게 개판은 아니었단 말이다. 어떤 이에게 주말에 국립공원에서 등산할 권리가 있다면, 다른 이에겐 주말에 조용하게 집에서 쉴 권리가 있다. 오는 사람들 막을 순 없다. 다만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좋겠다.

by almaviva | 2009/11/01 16:17 | Pensamento | 트랙백 | 덧글(0)

사라마구 독설 작렬, "반동적인 교회, 냉소적인 교황"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마라구가 가톨릭 교회를 상대로 시원한 독설을 작렬시켜 화제다. 지난 14일 자신의 신작소설 '카인(Caim)'의 이탈리아어판 발간을 기념해 로마에 들른 그는 교회를 "반동적"인 존재로, 그리고 교황을 "냉소적"인 사람으로 규정하며 특유의 날카로운 입담을 과시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살아 있는 지성과 책임 있는 언어로 가톨릭의 오만함에 대응해야 한다"며 "권력에만 관심을 쏟는 '자칭' 신의 대리인들이 진리를 훼손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에 파시즘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파시스트들의 생존 기반인 증오와 복수심에 대응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사실 사라마구의 가톨릭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새롭진 않다. 소설, 강연회 등을 통해 수없이 이야기한 내용이기 때문. 그런데 1922년 생인 그의 나이가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무려 89세.

세월 앞에선 비판의 칼날이 무뎌지기 마련인데, 이 분만은 예외인 듯 싶다. 바티칸이 위치한 로마에서 교황을 비판하는 사라마구 할아버지. 멋있다.

by almaviva | 2009/10/18 14:55 | Mundo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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