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1일
등산(登山) 유감
중년층의 등산 열기가 꽤나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이겠거니 했는데,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더욱 거세진 느낌이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주요 시작 지점 중 하나인 구기동의 경우, 주말만 되면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내버스(7022, 0212, 7730번)는 등산복을 차려입은 이들로 가득 차고, 등산로 입구엔 등산복과 간식류 따위를 파는 노점들이 들어선다. 워낙 사람이 몰리다 보니, 비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줄을 서서 가야 할 정도다. 이 정도면 운동이 아니라 '앞 사람 엉덩이 감상하기'가 아닌가 싶다.
등산은 여유로운 주말에 맑은 공기와 함께 심신을 단련하는 운동이다. 쉽고 건강에 좋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자신의 '체력단련'에만 몰두한 채,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 좀 집고 넘어가고자 한다.
1. 운동하고 술 마신 뒤, 버스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인간들
가히 형언하기 힘든 체취를 뿜으며 버스 안에서 '노가리'를 까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한, 둘이 아니다. 역겨운 냄새는 창문을 열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그 놈의 소음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가뭄에 콩 나듯 그들에게 항의하는 이들이 있는데, '싸가지 없는 젊은 놈' 취급 받기 일쑤다. 나이 든 '무개념'들을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2. 배낭에 꽂은 등산 지팡이 끝으로 다른 사람 찌르는 놈들
등산 지팡이는 사람 몸이 아니라 땅바닥을 찍으라고 만든 거다. 배낭 옆에 등산 지팡이를 대충 매단 탓에, 날카롭게 튀어나온 지팡이 끄트머리로 옆 사람을 찌르는 등산인들이 많다. 특히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 안에서 등산 지팡이로 주변 사람을 '쭉~' 긋고 지나가는 인간들이 있는데, 다른 말 필요 없다. 니들도 똑같이 당해봐라.
3.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버스나 지하철에 오르는 이들
비 오는 날, 남이 등산을 하든 조깅을 하든 알 바 아니다. 그런데 비닐이나 고어텍스로 된 우비를 입은 채, 대중교통에 탑승하는 인간들이 있다. 타는 것까진 좋다. 탔으면 물 범벅인 우비를 벗어야 정상인데, 그들은 절대 벗지 않는다. 마치 돌기둥마냥 물을 뚝뚝 흘리며 그 자리를 지킨다. 버스에 타는 사람, 내리는 사람 모두의 몸에 자신의 습기를 나누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남'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걸까.
4. 술 먹고 자정이 되도록 국립공원 근처에서 떠드는 군상들
등산을 마치고 남이 술을 마시든 우유를 마시든 역시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왜, 그것도 일요일 밤에 조용한 구기동 근처에서 등산복을 입고 고성을 지르는 지는 참으로 알 수 없다. 남에게 피해라도 안 주면 그나마 좋을 텐데.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과 아무 인연도 없는 구기동 주민을 세트로 불편하게 하다니. 참 그 능력 대단하시다.
개인적인 기억에 한 10여년 전만 해도 이러진 않았다. 그 때도 등산객이 많았지만 이렇게 개판은 아니었단 말이다. 어떤 이에게 주말에 국립공원에서 등산할 권리가 있다면, 다른 이에겐 주말에 조용하게 집에서 쉴 권리가 있다. 오는 사람들 막을 순 없다. 다만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좋겠다.
# by | 2009/11/01 16:17 | Pensamento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