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9일
한국은 비빔밥, 스페인은?
빵 사이에 고기 패티(patty)와 야채가 신속하고 편리하게 들어가 있는 미국식 햄버거, 일정한 수를 유지하고 있는 밥알 위에 정교하게 썰린 생선조각이 얹혀 있는 일본 스시. 한 나라의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대표한다. 프랑스하면 낭만적인 와인이 떠오르고 독일하면 진한 맥주가 떠오른다. 그럼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은 뭘까?
일반적으로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건 투우와 프리메라 리가 정도다. 최근 한국에서 점차 매장수를 늘리고 있는 자라(Zara, 스페인어로는 '싸라'로 읽음)도 스페인 브랜드. 음식으로 관심의 폭을 넓히면, 모 치킨회사에서 웰빙식품이라며 열심히 광고 중인 '스페인 올리브 기름'도 사람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처럼 스페인에 대한 이해도가 그닥 깊지 못한 한국에서 그나마 소개되어 있는 스페인 음식은 빠에야(Paella)가 아닐까 싶다.

최근 이태원이나 홍대 등지에 스페인 음식점이 드문드문 들어서면서 빠에야를 접한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빠에야는 스페인어로 음식 이름이면서 동시에 철로 된 넓다란 프라이팬을 의미한다. 빠에야는 스페인 동남부의 주요 쌀 산지인 발렌시아(Valencia)에 뿌리를 둔 볶음밥의 일종이다. 비옥한 토지와 쨍쨍한 햇살 덕택에 쌀과 오렌지 등이 풍부한 발렌시아 지방에서 어떻게 볶음밥 요리가 발달했는지는 역사적인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서 빠에야는 사프란이라는 향신료를 첨가해 노르스름해진 쌀밥 위에 각종 해물을 곁들어 먹는 요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빠에야의 원조 도시 발렌시아에 가면 해물 대신 토끼고기나 돼지고기를 얹은 빠에야가 훨씬 대중적이다(위의 사진 참조). 해물 빠에야보다 덜 화려하지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
사실 빠에야가 한국의 김치처럼 스페인 음식을 대표한다고 할 순 없다. 남한의 6-7배에 이르는 스페인의 넓은 면적 탓에 지역 별로 다양한 요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스페인 중부 지방 사람들은 빠에야가 있다는 것만 알 뿐, 일상에서 빠에야를 거의 먹지 않는다. 아마도 해산물 빠에야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맛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게 아닐까 싶다. 해산물 빠에야가 스페인 관광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오늘, 우연히 발견한 홍대 스페인 식당 알바이신(Albaizyn)에 들렀다. 알바이신은 대학로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약 1년 전부터 홍대에도 분점을 열었다고. 알바이신은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주에 있는 동네 이름으로 아랍 문화의 체취가 깊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한 때 이베리아 반도를 호령했던 아랍인들이 자신의 본거지를 수복(收復)하려는 카톨릭 세력에 대항해 마지막으로 저항한 곳이 그라나다이기 때문.
알바이신에서는 생선알과 은행 등이 들어간 한국식 빠에야를 즐길 수 있다.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빠에야 네그라(Paella negra)도 별미. 빠에야 한 접시에 35,000원으로 다소 비싼 듯 하지만 한 접시에 2-3인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 비싼 가격은 아니다. 빠에야 외에도 이베리아 반도의 체취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수의 요리들이 있으니 한 번 즐겨보시길. 스페인 관광지에서 삐끼들에 낚여 엉겁결에 맛본 빠에야보다 훨씬 훌륭한 요리들이 알바이신에 있다.
사진 출처 : 위키페디아
# by | 2008/11/19 00:58 | Mundo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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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를 넣고 내용물을 모두 섞어먹는 음식은 아니니까요 ^^ㅋ
쵸리소도 들어가야 맛있는것같아요 아.. 빠예야 먹고싶어서 군침이 넘쳐나네요 꿀꺽.. ^^ㅋ
쵸리소나 하몬 등도 많이 수입되었으면 좋겠어요. 짭조름하니 참 맛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