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따라 떠나는 시간여행 (구로구 항동 일대)

주걱으로 꾹꾹 눌려 그릇 속에 담겨 있는 밥알 마냥 서울은 빽빽한 도시다. 게다가 舊시가와 新시가 지역이 구분되어 있는 유럽의 오랜 도시들과 달리, 난개발에 시달려 획일적이고 지루한 몰골을 하고 있다. 최근엔 뉴타운이다 뭐다 해서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구로구 항동은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선에 위치한 동네다. 오랜 기간 그린벨트로 지정되어 있었던 탓에 포크레인의 손길이 덜 닿은 곳이다. 녹슨 기찻길이 논밭 사이를 지나고, 밑을 내려다보며 짧게나마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미니 철교도 있다. 내가 방문했던 날, 어떤 이는 기찻길을 트랙 삼아 걷고 있었고 다른 어떤 이는 기찻길 사이에 난 쑥을 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항동의 묘한 풍경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조만간 이곳에 수목원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햇살이 눈에 띄게 따뜻해진 봄날, 항동에 다녀왔다.

지하철 1호선 온수역에서 하차한 뒤, 성공회대학교를 통해서 항동에 접근했다. 성공회대 초입에 있는 서양식 벽돌건물 구두인館. 유일한 박사가 기증했다고 한다. 캠퍼스의 아담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캠퍼스 뒤편 농구장 옆에 있는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항동 기찻길이 나온다.

건물 또는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철길이 이채롭다.

주변에 중규모 저수지도 있는데, 물이 그닥 맑지 않음에도 낚시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저수지 옆 습지에 핀 억새들. (내 눈엔 억새로 보이는데, 억새가 아닐 수도 있다. -_-)

항동 가는 길 : 1호선 온수역 하차→성공회대학교→농구장 옆 산길→10분 정도 이동

기종 : OLYMPUS PEN FT, PENTAX SUPER-A
필름 : FUJI NEOPAN(ISO100)

by almaviva | 2009/04/22 14:44 | Foto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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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imph at 2009/04/25 02:17
오랫만에 와봤더니 또 좋은 사진들이 눈에 띄는군요.
흑백이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 이유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위 사진들은 마치 3, 40년 전의 어느 순간을 보여주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혹시 님께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갔다가 오신게 아닌지요?
아무튼 훌륭한 사진들 잘 보고 기분 좋게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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