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아담하면서 재미있는 bar - Pastis

세번째다.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 했고, 훌륭한 야구선수는 열 타석 중에서 적어도 세 번 안타를 쳐낸다. 세번째 바르셀로나 방문, 가우디의 건축물은 다시 보기엔 조금 식상하고 람블라스 거리의 다양한 인파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찾은 곳이 람블라스 거리 구석에 위치한 Pastis.


Pastis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술 한 잔에 아담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1947년 오픈 이래, 주인도 위치도 몇 차례 바뀌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만은 예전 그대로라고 한다. 벽에 붙어 있는 오랜 그림들과 여러 사람의 글귀가 이곳의 역사를 짐작케 해준다. 입구에 놓여져 있는 낡은 타자기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수백마리의 종이학도 볼거리.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Pastis에 두 번 방문했다. 첫째날엔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출신의 한 학생이 노래를 했는데, 그가 불렀던 절절한 사랑 노래와 안 어울리게 올해 불과 21세밖에 안 된 '아이'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승훈이나 이승철 풍의 발라드를 줄창 스페인어로만 부른 셈이다. 그의 일관된 취향 때문에 일부 외국인들은 30여분만에 자리를 떠버렸다. 외국인들이 떠난 뒤에 영어 노래를 몇 개 불렀으나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영어 노래를 좀 일찍 불렀으면 그 날 매출이 더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_-

둘째날엔 소규모 뮤지컬 공연이 펼쳐졌다. 배우 한 쌍이 악사와 그의 연인 역을 열연했는데, 스페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그들의 동작과 표정만으로 대충의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외국인들이 들락날락했던 첫째날과는 달리, 우리를 제외한 손님들이 모두 스페인 사람들이어서 공연의 집중도가 한층 높았다. 연인 역할을 한 여배우의 카리스마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맥주 한 잔 값에 뮤지컬 공연을 횡재한 느낌.

현재 Pastis의 상황은 그닥 좋지 않다. 작년 이웃주민이 소음 문제로 바르셀로나 경찰에 Pastis를 고발한 뒤, 가게 폐쇄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폐쇄 명령에 대항해 문화인들이 콘서트를 펼치기도 했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되진 않은 상태다. Pastis는 지난 3월 2일부터 개점 시간을 낮 12시로 앞당겼고 커피, 간식거리, 무선인터넷 서비스 등을 새롭게 제공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Pastis란 이름이 프랑스 남부 알코올 음료에서 유래된 거라고 하기에 Pastis를 주문해봤는데, 맛이 영 아니었다. 보드카에 허브를 과하게 섞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한국인의 입맛엔 좀 안 맞다고 본다. 그리고 참고로 Pastis 근처엔 외국인 매춘부나 마약판매상들이 많다. 어리버리하게 주변을 서성이다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가는 법-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끝자락(Calle Santa Monica)에 있다. (Drassanes역 쪽, 콜롬부스 동상 있는 방향)
더 쉽게 설명하자면, 람블라스 거리에서 'peep shop'이 몰려 있는 곳을 찾으면 된다. -_-
>가격- 대부분 3~4유로. 입장료 없음.

by almaviva | 2009/06/07 09:13 | Mundo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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