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러스가 초콜릿에 빠진 날 (스페인 도넛 - Churros)

이상하게 음식들이 미국에만 가면 몸집을 키우는 것 같다. 홀쭉한 이탈리아 피자는 콜레스테롤을 함빡 머금으며 두툼해지고, 쌉싸름한 커피는 하얀 크림을 가득 인 채, 반나절 먹어도 될 법한 거대 사이즈로 업그레이드 된다. 스페인의 도넛 추로스(Churros)도 마찬가지인데, 짜리몽땅한 본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설탕과 계피 가루를 잔뜩 몸에 묻힌 막대 모양으로 변신한다. 사람마다 호오가 다르겠지만 미국式 음식 관련해 이 점만은 분명한 거 같다. 몸에 그닥 안 좋다는 사실.

한국에서 추러스라 불리는 이 간식거리의 원래 이름은 '추로스'다. (아마도 미국인들이 'Churros'를 자기네 식으로 읽는 걸 그대로 따온 모양이다.) 빵 모양이 스페인에 서식하는 양(羊) '추로(Churro)'의 뿔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한국의 놀이공원이나 극장에서 맛볼 수 있는 '추러스'는 사실 스페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본고장 추로스에는 계피 가루가 뿌려져 있지 않을 뿐더러 모양도 원형에 가깝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차이점은, 스페인에서는 주로 추로스를 따뜻한 초콜릿 음료에 찍어 먹는다는 점이다. 초콜릿맛 분말을 뜨거운 물에 희석시킨 게 아닌, 초콜릿을 녹여 만든 걸쭉한 음료와 추로스를 함께 즐긴다. 사실 스페인 추로스는 단순히 얇은 밀가루 반죽을 튀겨 설탕을 입힌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낱개로 먹으면 밋밋하다. 하지만 밋밋한 '밀가루 튀김 덩어리'가 초콜릿과 조우하면 달콤하고 부드럽게 변모한다.
바르셀로나 Petritxol 거리에 가면 아기자기한 바들이 모여 있는데, 어디든 들어가면 괜찮은 추로스와 핫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내가 갔던 곳은 1803년에 생긴 둘씨네아(Dulcinea)라는 곳으로, 열심히 주문을 받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인상적인 가게다. 5유로 이하의 가격에 진한 초콜릿과 달콤한 추로스를 맛볼 수 있다. 아무리 유로화가 고공행진을 한다고 해도 한국의 최고급 핫 초콜릿 가격과 비교했을 때, 전혀 부담 없는 가격이다.


사진기 기종 : Canon IXUS 870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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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maviva | 2009/06/28 12:46 | Mundo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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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09/06/28 15:13
아.. 추로스 이런방법으로 먹는거였군요 'ㅅ'
Commented by Hyunster at 2009/06/28 17:40
으악...추러스 좋아하는데 저런식으로 먹다니 ...더 먹고싶어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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