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0일
비문(非文)전문기자 이데일리 배국남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경찰은 짭새로 불리는 순간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검찰은 견찰(犬察) 노릇을 할 때 '떡검'으로 희화화된다. 언론사에도 유사한 느낌의 호칭이 있는데, 바로 대중문화전문기자다. 언제부턴가 '찌라시' 느낌이 나는 연예부기자라는 말 대신, 일부 기자들에게 대중문화전문기자라는 고상한 호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대중문화전문기자라는 호칭으로 인터넷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는 이데일리의 배국남씨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욕먹는 기자', '포털 뉴스계의 기린아' 등 별명이 꽤 많다.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배씨는 "인터넷이 대중문화에 미치는 막강한 위력을 실감"한 뒤 인터넷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81학번이니까 기자경력이 대략 20년 정도 되는 베테랑이다.
인터넷에서 배씨가 주목 받는 이유는 '낚시性 비판기사'와 '다작(多作)'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보니 16, 20일 각각 두개의 기사를 작성했고 14, 15일엔 이틀에 걸쳐 총 여덟개를 생산했다. 하루에 A4용지 1장 분량의 기사를 적게는 두 개에서 많게는 네 개까지 인터넷에 송고한 셈이다. '선덕여왕 작가의 평가 고현정VS이요원', '박찬호 왜 故최진실 죽음에 눈물 흘렸나?' 등 솔깃한 주제들을 다양하게 다뤘다.
물론 다작이 비판의 대상은 아니다. 낚시性 제목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배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많이 쓰는 만큼 질 낮은 글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오늘(20일) 오전에 올린 '무도와 유재석 윈윈게임 하고 있다'는 글을 보자.
------------------------------------------------------------------------------
유재석으로 인한 ‘무한도전’의 인기도 고조되지만 유재석은 ‘무한도전’으로 인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유재석의 대중의 선호도를 고조시키고 스타화를 결정짓는 이미지 메이킹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무한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일 방송된 ‘무한 홈쇼핑 스페셜’은 ‘무한도전’이 유재석의 이미지와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단적으로 보여줬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전진, 길 등 멤버 전원이 품절남이 된 기념으로 마련된 ‘무한 홈쇼핑스페셜’ 을 선보였는데 유재석의 인기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한껏 고조시켰다.
(http://news.nate.com/view/20090920n01837?mid=e0103)
------------------------------------------------------------------------------
↑'유재석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를 '유재석의 대중의 선호도'라 표현했고 '~으로'를 반복하며 문장의 이해도를 떨어트렸다. 뿐만 아니라 유재석 이미지에 대한 얘기를 계속 반복하며 하나의 키워드로 모든 문장을 우려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의 모든 기사에서 중언부언과 비문이 등장해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인데, 인내심을 가지고 몇 개만 더 보자. 이번엔 박찬호 관련 기사다. (박찬호 왜 故최진실 죽음에 눈물흘렸나? - 9월8일)
------------------------------------------------------------------------------
한국인 최초의 미국의 스타 메이저리거로 거액의 연봉을 받고 2002년 텍사스로 옮긴뒤 슬럼프에 빠져있던 쏟아진 국내외 비판과 비난을 감수했던 시절의 고통을 박찬호는 이렇게 말했다.
(http://www.mydaily.co.kr/news/read.html?newsid=200909081703381111&ext=na)
------------------------------------------------------------------------------
↑ 이 정도면 자체 퇴고나 교열 없이 그냥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게다가 제목은 '박찬호 왜 故최진실 죽음에 눈물흘렸나?'로 뽑아놓고 정작 기사에서는 박찬호 관련 다큐멘터리의 줄거리를 소개했다.
박찬호 관련 기사에서도 배씨의 특징인 '우려먹기'가 등장한다. 최진실과 박찬호를 엮어서 한 번, 그리고 '박찬호, 김명민, 박지성'을 묶어 다른 기사를 작성했다. 둘 다 영양가 없는 기사라 내용을 요약하고 싶진 않고 두 기사의 몇 단락만 살펴보자.(①이 '최진실-박찬호' 기사, ②가 '박찬호-김명민-박지성'기사이다, 같은 색의 글씨를 비교하며 보자.)
------------------------------------------------------------------------------
①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에선 국내 최초로 부인 리혜씨와 두딸 애린(3) 세린(1)과 함께하는 일상과 생활이 소개된다. 그리고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박찬호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일까를 그의 육성을 통해 들려준다. 그리고많은 것을 견뎌내고 또 포기해야했지만 이제는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며 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국의 팬들을 생각하며 마운드에 오르는 박찬호의 생각을 들어본다.
②제작진이 밝힌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의 주요 내용은 박찬호와 그의 가족, 그리고 박찬호에게 대한민국이란 어떤 의미이며 그가 아직도 마운드에 오르는 이유 등이다.
가족을 위해 공을 던질 수 있어 행복하고 그로 인해 야구를 즐길수 있게 됐다는 박찬호와 그의 가족의 일상, 박찬호에게 있어 가족의 의미와 박찬호 부부의 모습 등이 소개된다. 또한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성공한 박찬호가 야구를 열심히 하는 것이 곧 애국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 그에게 있어 야구와 애국의 의미도 전해진다.
그리고 메이저리거로서 성공하기위해 시련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도 있다고 말하는 박찬호 선수가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그가 많은 것을 견뎌내고 또 포기해야했던 것을 통해 박찬호의 힘든 고통을 살펴본다. 아무도 모르게 죽음까지 생각하고 세 번의 은퇴 결심까지 했었다는 박찬호가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어 편히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마운드에 오르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집중조명 한다.
------------------------------------------------------------------------------
↑같은 내용을 열심히 새로 쓰려고 했지만 결론적으론 똑같다. 하나의 주세를 억지로 두 개로 나누려니 티가 난다. 같은 내용에 몇 가지 토핑만 바꿨으니, 맛이 비슷할 수밖에.
아무리 맛있는 녹차라도 두 번 우리면 맛이 떨어진다. '미디어캠퍼스'라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국남씨는 자신에 대한 네티즌들의 악평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http://blog.naver.com/eumji01?Redirect=Log&logNo=140047511820) 근거 없는 악플은 무시하되, 문장력과 우려먹기에 대해선 좀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 by | 2009/09/20 16:44 | Pensamento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