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06일
이런 이름, 저런 이름 (축구)
아무리 친했던 친구라도 한 번 사이가 틀어지면 본능적으로 '강아지의 자식' 또는 '성교(性交)할 놈'이라 부르게 된다. 일제는 조선 왕실의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해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하며 명칭도 창경'원'으로 격하시켰다. 이렇듯 사람, 사물 모두에게 이름은 '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선수에게도 이름이 중요하다. 이름이 쉬우면 팬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은 참 불리하다. 을용(Eul Yong), 영표(Young Pyo), 청용(Cheong Yong) 등 영어 표기에 앞서 몇 번을 고민해야 할 이름들이 여럿이다. 외국인이 발음하기 힘듦은 물론이다.
반면 외국 선수들의 이름은 참 간단하다. 특히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선수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몇몇 선수들의 이름과 그 뜻을 살펴보자.

쉬운 이름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대표주자가 바로 브라질의 까까다. 스펠링, 발음 모두 쉽고 단순하다. 사실 까까는 애칭이고, 그의 본명은 히까르두 이젝손 두스 싼뚜스 레이찌(Ricardo Izecson dos Santos Leite)다. 브라질인들은 히까르두(Ricardo)의 애칭으로 까까를 즐겨 쓰는데, 아마도 히까르두의 '까'를 중첩해 쉽게 부르는 것 같다. 사실 포르투갈어로 까까(caca)는 어린아이의 '응아'를 의미하는 데다가 일부 외래어를 제외하고 알파벳 k를 안 쓴다. 엄밀히 따지면 족보 없는 이름이지만 어떠랴. 사람들의 머릿속에 팍팍 기억되는 게 최고지.

퍼거슨 영감의 둥지를 떠나 스페인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호날두. 호날두라는 이름의 뿌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능력있고 강한 남자'를 의미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물과 어울리는 이름이며,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한 발 빠른 패스와 발재간으로 두터운 수비벽을 무력화하는 호날두의 날쌘 모습과 맞아 떨어진다.

스페인의 '범생' 공격수 라울 곤잘레스. 라울은 '전쟁에서 적과 맞서는 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언뜻 전쟁이라는 이미지와 라울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울리지 않는 듯도 하지만 그의 이름은 '직관적이고 명료한 성격'과 조화를 이룬다. 빠르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15년 넘게 스페인 대표팀을 이끈 그의 성실한 플레이와 딱 중첩된다.

공격하는 수비수 호베르뚜 까를루스(Roberto Carlos). 올해 36세로 은퇴를 앞두고 터키에서 활약 중인 탓에 스포츠 채널에서 그의 모습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전매특허였던 UFO 슈팅은 여러 축구팬의 뇌리에 여전히 각인되어 있다. 까를로스는 '강한 남자'라는 뜻의 이름이다. 상황을 지배할 줄 알고 의지가 충만한 이에게 어울린다. 수비 시에는 거친 태클로 공격수의 움직임을 저지하면서, 역습 때에는 빠른 발로 상대 진영에 침투해 강한 슈팅을 날리는 까를루스의 스타일과 딱이다.

리버풀에서 레알로 이적하며 '마드리드 지구방위대 2기'에 합류한 스페인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 그의 이름은 스페인어에서 쓰임새가 극히 제한적인 에끼스(x)로 시작된다. 그는 지역 사투리가 심한 스페인 북부 바스크 출신으로, 사비라는 이름 역시 바스크 지역의 영향을 받은 단어이다. 사비는 '전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실용적이고 영리하며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호날두처럼 나서지는 않지만, 약간 쳐진 위치에서 예술적인 패스로 영리하게 중원을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이름이다.
# by | 2009/10/06 22:55 | Mundo | 트랙백 | 핑백(2)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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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선수로는 포르투갈의 씨마옹 싸로보사가 있네요...
예전에 벤피카에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나 몰겠네요.
에르난데즈횽이 Xavi죠.
각각 이름의 의미들은 전혀 몰랐네요.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확인해보니, Xavi랑 Xabi는 다소 의미가 다르군요.
Xabi는 '새로운 집에 사는 이'라는 뜻으로
직관적이고 생각이 깊으며 의지가 강한 사람을 지칭합니다.
Xavi와 Xabi 둘 다 알론소랑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카카라는 이름을 사용한건 동생 디강이 히카르도라는 발음을 어려워해서
동생을 위한 배려로 카카로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카카라는 발음은 이탈리아어로 개똥이라는 뜻입니다
포르투칼어로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요
또 호날두라는 이름은 몇년전 고인이된 그의 아버지 호세 디니스가
미국의 전 대통령 로날드 레이건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그게 포르투칼어로 발음하다보니 호날두 혹은 호나우도가 된것이구요
원조 호나우도는 위에 말씀하신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꼬투리 잡을려는게 아니라 그냥 참고해주셧으면 해서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선수들의 가족사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라서요.
카카의 경우, 동생을 위해 쉬운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건 맞는데요.
브라질 사람들 상당 수가 Ricardo란 이름을 카카로 줄여 부릅니다.
그냥 보편적인 애칭인 거죠.
카카네 집안에서 작명(?)한 건 아닙니다.ㅋ
난 또 좀 제대로 아는사람이 작성한 글인줄 알았네.
난 또 좀 제대로 댓글 다는 사람이 작성한 댓글인 줄 알았네.
예의없게시리.
다만 선수들이 다 레알인게 좀...아쉽네요 ㅜㅜ
다음번에는 다른팀도 좀 부탁해요^^ㅎㅎ
다음에도 기대할게요~!~!
아스날 팀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