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와인 투어 - Mount Pleasant

자전거에 몸을 싣고 미대륙을 횡단한다. 개미 한 마리 없는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 위에서 바람을 가른다. 아차, 얼굴에 썬크림을 안 발랐는데 피부에 점 생기는 거 아닌가 몰라. 이번엔 남미다. 오토바이에 배낭 질끈 매달고 남미를 가로지른다. 아마존 마나우스의 햇살은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견딜만하다. 그나저나 기름이 없는데 주유소가 안 보이네. 어라 여긴 스페인 아스뚠(Astún)이네. 구불구불 험한 도로 위에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지로 가는 길'이라는 표시가 있다. 종아리 뒤쪽이 살짝 당기긴 하지만 이 길을 지나간 수많은 순례자들을 생각하며 좀만 더 걷다가 카풀해야지. 근데 갑자기 웬 굉음? 스페인 내전이 재발했나? 내전 끝난지 수십년이 지났는데?

'오전 6시 정각입니다. 일어나세요!! 빠밤 빠밤~~'
오늘도 꿈꾼다. 폴 오스터의 소설 'Mr. Vertigo'에 나오는 주인공마냥 미주대륙을 횡단하고 남미를 가로지른다. 허나 항상 적은 내부에 있는 법. 내 통장의 얕은 잔고와 기껏해야 1주일 정도 가능한 여름휴가는 해외여행에 대한 나의 로망을 어디까지나 '꿈'에 그치도록 한다.

근데 인생에는 '내부의 적'도 있는 반면에 '반전'도 있다. 내 꿈을 완전히 이루진 못해도 살짝 일탈할 수 있는 기회가 가끔은 찾아온다. 2년 반 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회사를 그만두자 덜컥 내 통장으로 입금된 '퇴직금'이 바로 그것. 퇴직금의 일부를 털어 호주로 떠났다. 아무래도 맨정신으로 해외여행을 고민하다 보면 '저가형' 동남아와 높은 '이상' 사이에서 다소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 복잡한 과정 생략하고 떠났다. 어디로? 시드니로...
호주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짧은 시간이나마 시드니 근처 와인 밸리(valley)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APT라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방문한 곳이 바로 헌터 밸리(Hunter Valley)의 Mount Pleasant. 같이 간 사람들은 대부분 영국, 미국, 뉴질랜드 등의 서구인들이었다. 한국 관광객들과 어색한 호구 조사를 할 필요 없어 한가로웠고 자세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투어가이드의 안내에 웃다 졸다를 반복했다. (한 가지 참고할 점: 아무리 현지 여행사를 통해 투어를 하더라도 예약은 한국여행사 사무실을 통해 하는 게 더 싸다. 아무래도 여행사 상호 간에 계약된 가격이 있는 모양인데, 개인이 예약하는 것보다 한국여행사를 끼고 구매하는 게 가격면에서 나았다.) 

사실 Mount Pleasant를 가기 전날 한국 여행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근교 와이너리를 잠깐 방문했으나 '와인에 대한 설명'보다는 '와인 판매'에만 열을 올려 적잖이 실망했었다. APT의 와인투어는 '판매'보다 '와인 소개'에 집중하고 있어 다양한 시음 기회를 제공한다. 적포도주, 백포도주, 디저트 와인 등 대략 30여 가지를 제공했다. 캬~
호주여행사 와인투어의 묘미는 가이드의 성실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 45인승 버스를 운전하면서 모든 관광객이 호텔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쉴새 없이 지역 역사와 유머를 소개했던 그의 센스는 길이 남으리라. 투어 끝무렵에는 야생 캥거루를 바로 옆에서 보여주기 위해 45인승 버스를 헌터 밸리 곳곳으로 곡예운전하기도 했다. 20여분 간의 숨바꼭질 끝에 야생 캥거루를 보여주고 말았던 그의 노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You're the man!!


참고>> 시드니에서 먹었던 와인 중에 제일 맘에 들었던 건 Pleasant Phillip이었다. Shiraz를 기반으로 한 와인이었는데, 향이 풍부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한국에 수입되는지는 귀찮아서 확인 못함. 궁금한 이는 직접 찾아보시라~

by almaviva | 2008/06/20 00:35 | Vinho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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