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11일
증오는 사랑을 먹어치우며 자라난다 - 다크 나이트
고담(Gotham)시의 강직한 지방검사 하비 덴트. 그는 앞, 뒷면이 동일한 동전을 행운의 징표로 가지고 다닌다. 하비에게 행운이란 동전의 양면에 따라 5 대 5 확률로 결정되는 게 아닌,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making his own luck)이다. 잘생긴 얼굴에 유능함까지 갖춘 그가 베트맨, 고든 반장과 손잡았다. '악의 축' 조커를 족치기 위해.

하지만 조커를 잡아넣으려다 되레 여자친구(레이첼)와 인질로 잡힌 하비. 뒤늦게 베트맨이 둘을 구하기 위해 출동했으나 레이첼은 화염에 휩싸이고 하비는 얼굴의 반쪽을 화상으로 잃게 된다. 아무리 강직하고 유능한 사람일지라도 사랑하는 이를 잃고서도 꿋꿋할 수는 없는 법. 사랑이 있었던 자리에 재빨리 증오와 분노가 들어선다. 절망에 빠진 하비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인질범에게 넘긴 동료를 찾아 나선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양면이 동일했던 그의 '행운의 동전'도 화마(火魔) 속에서 그의 얼굴 마냥 한 면이 불에 그슬린다. 그 순간부터 불에 그슬린 동전은 '행운의 동전'이 아닌, 하비의 살인과 분노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앞면이 나오면 상대방을 살려주고 뒷면이 나오면 죽여 버리는,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의 그것처럼 말이다. 긍정과 사랑이 앞, 뒷면을 차지했던 그의 마음 한 구석에 검은 잿빛의 증오가 똬리를 튼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인간이라도 사랑 없인 살 수 없다. 갑작스러운 사랑의 상실 속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증오와 미움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 정신적 충격과 혼란 속에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기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특히 분노나 증오가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 확대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최근 불교계 홀대 논란, 특정지역 차별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사회는 '분노'와 '증오'를 불필요하게 양산하는 걸 아닐까. '분노'와 '증오'는 '사랑'을 먹어치우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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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8/11 22:26 | Pensamento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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